돈은 모으지 마세요 제발
호리에 다카후미의 "가진 돈은 몽땅 써라"를 읽은 후
Summary
저축은 농경사회 시절 남아있던 신앙이다.
저축 신앙은 가장 바보 같은 짓이니, 먹고 놀고 마시는데 목숨 걸어라
일본 IT업계의 파괴지왕으로 불리는 사나이, 라이브도어 주가조작 사태로 감옥에 다녀온 사업가, 일본 최초의 민간 우주로켓을 발사한 일본의 일론 머스크 등 여러 가지 수식어로 불리는 호리에 다카후미 일명 호리에몽(호리에 + 도라에몽)이 그의 저서 <가진 돈은 몽땅 써라>에서 한 말이다.
이 정도면 도라에몽이 호리에 다카후미를 닮은 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런 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몇 년 전부터 최근까지 꽤 유행했던 YOLO(You Only Live Once)라는 키워드가 떠오르지 않는가? 하지만 호리에몽의 메시지는 미래는 모르겠고 현재만 바라보는 욜로나 탕진잼 따위의 허무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미래를 위하여 자신에게 투자를 하는 개념으로 돈을 쓰라고 하는 것이다.
진짜 가요…
이해한다. 지금껏 알고 있던 상식과 거꾸로 이야기하고 있으니 머리가 띵해질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호리에몽이 그의 저서 <가진 돈은 몽땅 써라>에서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책에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는데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세 가지를 말해볼까 한다.
몽땅 쓸 가진 돈이 없으면 어떡해요? ㅠㅠ 벌어야지 뭘 어떡해
유사시 도와주는 것은 계좌잔고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다.
경험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그것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이런 메시지들을 보니 무언가 생각이 달라지지 않는가? 고개가 끄덕여질 수도 있다. 그 어디에도 “단순히 돈을 흥청망청 쓰면서 미래는 아랑곳하지 말고 현재나 즐기면서 살아라” 같은 싸구려 힐링의 메시지는 없다. 그는 우리에게 미래를 위해 어떻게 현재 자신에게 투자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메시지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유사시 도와주는 것은 계좌잔고가 아니라 나 자신이다.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돈이 떼이기도 하고 사이가 틀어지기도 할 것이다. 사실 나는 지인에게 푼돈을 빌리고서는 갚지 않는 자들을 보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는 그 푼돈 때문에 사람들 잃었고 그리고 본인을 믿고 돈을 빌려준 지인과 그 주위 사람들에게 신용을 잃고 말았다. 누군가는 신용이란 것이 돈을 빌릴 수 있는 능력이나 은행에서 매기는 점수 정도로 생각하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신용이란 것은 그 사람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왜 전화를 안 받는 건데?
신용이란 것은 돈을 주고 쉽게 살 수 없는 것들 중에 하나이다. 신용이란 것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교류가 필요하다. 두물머리 천영록 대표님이 집필한 <부의 확장>이라는 책에도 이 신용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투자를 하기 전에 선배에게 본인이 지금껏 보여준 모습 즉, 신용으로 시드머니를 빌리는 이야기나 창업을 하기 전에 내가 어떤 사업을 할 텐데 어떤 사업인지 듣지 않고 그냥 나를 보고 얼마까지 빌려줄 수 있는지 묻고 또 그 금액을 빌린 사례 같은 것이다.
호리에몽은 지인에게 돈을 빌려줄 때, 돈을 그냥 준다는 생각으로 그 사람에게 맞는 금액을 빌려준다고 한다. 나 또한 비슷한 마인드로 돈을 빌려준다. 나는 더 나아가서 이 것을 단지 돈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의 신용을 판단하고 나와의 향후 관계를 결정할 수 있는 테스트 비용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는 상대에게 딱 한 가지 이야기를 한다. 당신이 이 돈을 아주 조금씩(심지어 나는 그 금액이 10원이어도 된다) 갚아도 되니 연락만 자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와의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서 돈을 빌리는 것이 아닌 그냥 아무나 중에 한 명에게 급전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 마저도 지키지 않는다. 그렇게 신용과 사람을 동시에 잃는 것이다.
돈을 빌려주면 사람x끼인지 테스트가 가능하다
보통의 사람들은 돈을 모으는 이유가 유사시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필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그 문제가 당신의 계좌로 해결이 안 되는 문제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중에 한 가지 예시는 모아놓은 계좌보다 그 문제에 필요한 돈이 더 많은 경우이다. 이때가 닥치면 지금껏 열심히 한 푼 두 푼 모으면서 쌓은 당신의 계좌는 결정적인 해결이 되지 못한다.
그때 해결을 할 수 있는 것은 당신의 신용이다. 당신이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열심히 하면서 신용을 열심히 쌓았다면 그 문제는 다른 사람들의 도움으로 인해 해결될 것이다. 하지만 적절한 때에 써야 할 돈까지 열심히 아끼고 모아서는 그런 교류를 많이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혹은 본인들과 비슷하게 돈을 융통할 수 있거나 당신에게 빌리 줄 수 없는 사람들일 수도 있다.
신용이 꼭 돈만을 뜻하는 것도 신용을 통한 해결이 곧 꼭 돈을 빌리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법적 문제라던가 응급치료가 필요한 경우 등이다. 이럴 때 우리는 보통 계좌가 얼마 있는지 살펴보기보단 알고 있는 법무사 변호사 의사 등을 찾아보게 된다.
내가 앞으로 경찰에 잡혀갈 거 같으면(호리에몽도 잡혀갔었으니) 느그 서장이랑 같은 동네에 살도록 해보자
이런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서 서로 신용을 매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으려면 방구석에서 돈을 모으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돈을 쓰며 이런 사람들이 즐기는 취미와 경험, 식생활 등에서 교점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생긴 경험 또한 우리가 문제가 닥쳤을 때 해결을 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호리에몽과 비슷하게 일본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계의 혁명가라고 불리는 니시노 아키히로는 우리가 무언가를 망설이는 것은 두려움이 커서가 아니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가 태어나서 처음 혼자 지하철을 타고 어디로 갈 때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을 텐데 그것은 지하철 자체가 너무나 무서워서라기 보단 지하철 표를 발급하는 방법, 방향에 맞게 타는 방법, 원하는 곳에서 환승하는 방법 등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한 번 지하철을 타보고 나면 지하철이 더 이상 무섭게 느껴지지 않는다.
뭔가 논리왕일 것 같이 생겼다면 기분 탓이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맞닥뜨렸을 때 그것이 두렵고 버거운 이유는 그것이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태어나서 이런 문제를 겪었던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 크다. 하지만 여러 공간에서 여러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몸으로 터득한 많은 경험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서나 동력을 줄 수 있다. 이런 경험에 대한 내용을 밑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자
돈보다 시간이 더 중요하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것 중에 거짓말이라고 깨달았던 것들 중 하나는 “시간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이다.”라는 것인데 사실 시간은 돈 주고 살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는 어쩌면 우리는 많은 돈을 시간을 사기 위해 벌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호리에몽이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20대 청년이었을 때 지하철을 타고 다녔는데 어떤 어르신이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이동할 때는 택시를 타게. 택시비를 아껴야 하는 일은 하지 말게나. 만일 자네의 일이 시급으로 환산해 택시를 탈 수 없는 정도의 일이라면 그 일은 가치가 없는 일일세.
보통 소득에는 노동소득, 사업소득, 자본소득이 있다고 하는데. 이 중 노동소득은 본인의 노동과 함께 시간을 돈과 바꾸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나의 많은 시간을 돈과 바꾸면 항상 손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나의 많은 시간을 돈을 아끼기 위해 쓴다면 이 또한 항상 손해를 보는 것이다.
나 또한 항상 택시를 타고 다니는 것까지는 아직 하지 못하더라도 시간이 단축되면서 돈이 더 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 돈이 적게 드는 선택지가 있다면 나는 항상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는 편이다.
또한 호리에몽은 이러한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 중에 한 가지로 아웃소싱을 중요하게 말한다. 그는 청소나 빨래 같은 것도 다 돈을 주고 맡긴다. 업무에 있어서도 해야 하지만 비교적 중요하지 않거나 본인의 핵심역량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면 전부 돈을 주고 아웃소싱을 맡긴다.
좀 있으면 파이토치 두 명 타요 할 것 같다…
그렇게 그는 택시를 타고 다니고 여러 가지 일들을 아웃 소싱하여 확보한 시간을 이용해서 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만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그 시간 동안 그 일들에 몰입하면서 자신이 가진 역량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한다. 당연히 그러려면 잡일에는 신경을 쓰면 안 되고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한다.
나는 1인 기업 대표로서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해서 코드 작업과 함께 혼자서 UI/UX 디자인까지 했었다. 나는 미적인 감각과는 담벼락이 5m 이상은 되는 사람이라 당연히 UI/UX에 대한 결과의 퀄리티가 상당히 낮을 수밖에 없다. 그전까지는 어떻게든 UI/UX를 공부해서 해결해보려고 했었는데 이 책을 보고 나서는 자금 소진이 더 빠르게 될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디자이너 외주를 주기로 했다. 잘 한 선택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개발에 더욱 집중할 수 있고 개발 또한 외주를 주면 나는 영업과 마케팅 사업기획에 더 집중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매출이 발생하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
경험을 돈 주고 살 수 있다면 그것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지금부터는 호리에몽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인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그가 돈을 몽땅 쓰라고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이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길 경험은 곧 정보와 기회이고 기회는 곧 더 큰돈을 벌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반대로 이야기하자면 돈을 아끼고 아껴 차곡차곡 모으게 되면 그러한 기회들을 모조리 다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 표지에도 “당신의 통장 잔고는 지금까지 놓친 기회의 총액이다”라고 적혀있다. 그러면서 그는 장어덮밥에 관한 상당히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준다.
호리에몽은 먹는데 진심인 편이라 먹고 싶은 것, 그리고 먹어보지 않은 것이 있으면 비용을 고민하지 않고 전 세계를 먹으러 다닌다. 어느 날은 점심에 전통 있는 고급 장어덮밥을 먹으러 갔는데 이게 한 끼에 5000엔(한화로 약 5만 원) 짜리다. 그는 이 정도면 인생의 수업료라고 생각하면 싼 편이라며 일본에서 그런 전통 있는 고급 장어덮밥을 점심으로 먹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라고 한다.
그러기에 거기서 나누는 대화는 자연스레 수준이 높을 것이며, 그렇게 새로운 지식을 얻거나 뜻밖의 인연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난다. 호리에몽의 말로는 어떤 사람이 와서 “젊은이가 점심으로 이런 곳에서 장어덮밥을 먹다니 재미있군. 내가 다음에는 다른 집에도 데려가 줄까”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유투버 진용진이 무작정 SM 카페에서 죽치고 있었는데 슈퍼주니어 멤버들을 만나서 인터뷰한 것을 생각해보면 신빙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운 것을 실천하기 위해 오늘 점심으로 장어덮밥을 먹으러 왔는데 말 걸기는커녕 식당에 아무도 없더라 ㅠ
그리고 여기가 중요한 포인트인데 호리에몽은 그런 장어덮밥을 먹으면서 단순히 “밥 맛있네 개꿀” 이러고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호리에몽은 5000엔짜리 장어덮밥을 먹는다는 것은 허기를 채우는 개념을 넘어서 정보 샤워를 한다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호리에몽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그가 확산적 사고를 매우 잘하는 것이 보인다. 장어덮밥을 먹으면서도 5000엔이나 하는 식당에 어떤 손님이 오는지 시간이 지나도 맛과 인기를 어떻게 유지하는지 경영 프로세스는 어떤지 같은 정보를 궁금해한다는 것이다.
나 또한 수렴적 사고보다는 확산적 사고를 주로 하는 편이라 주위 사람들이 산만하다거나 피곤해할 정도로 쓸데없는 것까지 궁금해하는 편인데 나도 식당이나 카페를 가면 하루에 발생하는 비용구조나 수익, 회전율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궁금해하는 편이다. 그러면서 이런 음식이 왜 생겨난 것인지 이런 것들을 검색해보거나 하기도 하는데 호리에몽도 비슷하게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백종원 대표는 가는 식당마다 솔루션 할 거 없나 찾을 거 같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그가 강박적일 정도로 정보의 수용에 민감하다는 것이다. 그는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 또한 항상 최신형으로 사용한다고 하는데 그러한 이유는 최신의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아까도 말했듯 정보 샤워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그러므로 그는 돈을 쓰면서 먹고, 놀고, 마시는 것이 결국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수단인 것이다. 진짜 방점은 “돈을 쓴다”, “즐긴다”가 아니라 “경험한다”,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 “배운다”에 찍히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학창 시절 친구들과는 잘 만나서 놀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새로운 사람들,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과 놀면서 어울리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이 언니 얼마나 화끈하게 놀려고
그렇게 그는 그의 돈을 쓰면서 먹고 놀고 마시며 그 경험과 정보를 바탕으로 그만의 브랜드를 구축해간 것이다. 그가 먹는 것을 즐기고 이를 통해 얻은 경험과 정보는 고스란히 그가 개발한 ‘데리야키’라는 맛집 앱으로 이어졌고, 다른 사업들을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방송국까지 경영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확고한 소비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보인다. 어떤 것이 낭비이고 어떤 것이 자신을 위한 투자인지 철저히 구분해서 낭비되는 돈을 아껴서 자신을 위한 투자에 아끼지 않고 쏟아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이 책을 보기 전까지도 시간을 줄이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에게 하는 투자는 결국 미래를 위한 것이고 그를 통한 경험은 나의 브랜드를 만드는 재료가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