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나한테 복을 받으라고 하는 거야? 그것도 많이
사람들은 새해가 되었다고 없던 복이 생기길 바라지만 매일을 새해같이 살면서 복을 만들어가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아”
12월 31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24시=00시가 되면 어김없이 카톡 창에는 각종 이미지와 이모티콘들과 함께 이런 메시지가 날아오기 시작한다. 평소에 서로 연락이 없던 사람들도 새해 트리거가 발동되어 새해 인사를 보내곤 하는데 21년 새해인사를 보낸 바로 다음 메시지가 22년 새해인사인 경우도 있다.(아마 다음 메시지는 23년 새해인사겠지…)
새해가 됐다고 없던 복이 생기나
연도의 기준을 정한 건 오직 인간들이다. 그래고리력이라는 시스템으로 말이다. 사실 해가 바뀌었다는 것은 그 기준을 바탕으로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돈 것뿐이다.
심지어는 이것도 정확하지 않고 365.2422일 정도가 지구 공전 주기니까 사실은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밤 12시에 아직 지구가 한 바퀴를 돌지 못했으므로 정확한 의미에서는 새해도 아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난 12월 31일과 1월 1일은 전혀 다른 날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1월 1일이 날짜변경선 동쪽에 있는 사람들에겐 12월 31일이니 사실은 12월 31일 사실 1월 1일과 같은 날이다.
그런데 우리는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시점에 하루아침에 뭔가 엄청 달라지기를 바란다. 새해 소망을 빌고 서로에게 복을 받으라고 하고 나도 복을 받길 바라고 그리고 금연이나 운동이니 같은 계획들을 잔뜩 세운다. 역시 헬스장은 1월 1일이 제일 붐빈다.
사실 12월 31일에서 1월 1일이 됐다고 크게 달라지는 걸 기대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12월 31일까지 없었던 복이 갑자기 11시 59분에서 몇 분 지났다고 짠 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생일이 됐다고 길에서 주운 로또가 당첨되기를 바라는 것하고 같다.
복은 받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내는 것
우리는 1월 1일이 됐어도 12월 31일과 같은 무게의 오늘을 살아내야 한다. 일관성을 가지고 하루하루 주어진 것들을 하며 성장해나가야 한다. 1월 1일이 됐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리고 1월 1일이 됐다고 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어제에서 오늘이 됐기 때문에 어제보다는 아주 조금 달라지고 많은 어제들이 쌓인 결과로 생긴 오늘의 복을 받아야만 한다.
그렇다 결국 복은 하늘에서 떨어진 걸 받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어제의 내가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나를 위해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새해의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달성할 계획을 하는 것은 좋다. 다만 어제의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갑자기 계획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작년에 백만 원을 벌던 내가 올해 목표로 백억을 벌겠다고 하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 가까운 사람들 그리고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복 받으라는 말 보단 “올해도 같이 재미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 가보자”라고 했다. 그게 독서모임이든 스터디 모임이든 연구모임이든 무엇이든 간에 같이 성장하면서 무언가를 만들어 간다면 우리는 같이 진짜 새해의 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도 1월 1일은 중요한 날이다.
새해 1월 1일이라서가 중요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어제를 견뎌낸 후에 얻은 오늘이기 때문에 중요한 날이다. 그리고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소중한 닐이다. 가시고기에 나오는 말 중에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갈망하는” 어쩌고의 말이 있는데, 사실 그건 별로 와닿지 않는다. 왜냐면 나의 오늘과 남의 오늘은 다르니까!
그런데 어제 죽을뻔한 내가 얻어낸 오늘,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내가 살아가는 오늘이라는 생각을 하면 오늘의 무게는 너무나 달라진다. 사실 인간이 오늘보다 내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오늘은 매일 주어지는 당연한 것이고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더욱 가치를 높게 생각한다. 그런데 어제의 기준으로 오늘은 당연히 얻어진 게 아니었다.
나는 늘 죽음을 생각한다.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사라지는 경험을 꽤 많이 했다.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쓰고자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을 버티고 있는 나를 느끼고 있음에 감사하고 나와 함께하는 당연하지 않은 나의 사람들이 중요하고 지금의 순간들이 너무나 소중하다. 그래서 1월 1일, 지난 5월 21만큼, 지난 7월 13일만큼 중요한 이 1월 1일에 나는 나의 중요한 사람들과 이 소중한 순간들을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