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강의를 듣고 알게 된 창업 시 고려해야 하는 것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한 창업강의에 참여하고 나서 느낀 점
Summary
우연히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하는 창업 강의를 수강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너무나 중요하지만 내가 실행하기에는 어려운 그렇기에 더욱 중요한 메시지들을 들을 수 있었다. 기억에 강렬히 남는 중요한 몇 가지 메시지만 뽑자면 다음과 같다.
- 고객이 지인——짜로 원하는가?
- 일과 의사 선택의 우선순위
- 자신만의 무기가 있는가
- 그것은 돈이 되는가 이제 이것들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연의 시작은 단 하나의 카톡으로부터
첫 번째 아이템 실패 후 방황하면서 이런저런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업하는 백수(?) 성국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거실에 앉아 다리를 벅벅 긁으며 개발하고 있던 자기 계발 커뮤니티 마이크로 스텝의 유저 피드백을 반영하기 위해 프론트 코드를 짜고 있었다. 그리고 애플의 개발자 계정 등록 반려 이유가 회사 홈페이지가 아직 없어서라는 이유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애플의 엄청난 UX에 감탄하며 회사 홈페이지나 빨리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중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운영하는 clutch(아이디어 빌딩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는 모임) 단톡방에 창업 강의 수강자를 모집하는 톡이 하나 올라온다.
솔직히 나는 이걸 보고 “앗싸 떙큐”라는 생각이 들었다. 망망대해를 방황하는 이 중생을 굽어살피시어 등대를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건져주는 것 까진 바라지도 않는다. 등대 역할만 해주면 노를 저어 가든 해엄을 쳐서 가든 가는 건 알아서 갈 테니 누군가 길만 비춰주면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실제 VC를 만나고 싶었다. 정신 못 차리는 나에게 뚝배기를 내리칠 수 있는 사람, 그럼 사람만 만난다면 외주를 뛰라면 뛰고, 알바를 하라면 하고, 길에서 물건을 팔라면 팔고 도움만 된다면 하라는 건 다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땡 빚으로 버티고 있는 나는 1년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절박했다. 그런데 창업경험이 있는 VC 분이 강의를 해준다니 너무 감사했다.
진짜로 그게 고객이 원하는 것인가?
강의장을 앉아서 강의자료를 먼저 받았는데 첫 장부터 이따시만 하게 적혀있는 문구가 참 와닿았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단 한 가지 천직이 있다.
지난 1년 동안 방황하면서 나의 정체성과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다닌 것이 생각났다. 사실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니었을 수도 있고 나와는 전혀 관련 없는 줄 알았던 것이 천직일 수도 있다. 그렇게 이 길은 정말 내 길인지 확인하고 진짜 내 길을 찾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이라는 걸 어느 정도 알고 있다 보니 더욱 저 문장이 더 울림이 있고 그만큼 더 무겁게 다가온 듯하다.
드디어 강의가 시작되었고 강사이신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한태규 투자심사역께서 먼저 본인의 창업기를 이야기 해주셨다. 가장 처음에 나온 이야기는 어떻게 문제를 인지하게 되었고, 그 인지한 문제가 실제 문제가 맞는지 그리고 본인들의 솔루션을 실제로 원하는지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단계에 관한 것이었다.
뭐… 문제를 찾아야 한다 니즈를 맞춰야 한다. 고객을 정의해야 한다. 이런 소리들은 사실 창업 뭐시기 뭐시기 스타트업 저시기 저시기에서 항상 듣는 게 저 이야기다. 그런데 웃긴 건 그렇게 우리가 식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많이 들었고 “그래 그게 가장 중요한 건 당연한 거지”라고 생각하지만 아직도 스타트업이 망하는 이유 부동의 1위는 원하지 않는 제품/서비스를 만들어서이다.
정말 아이러니한 일이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키지 않는 개념인 것이다. 아니 어쩌면 창업자에게는 창업자의 편향이란 것이 있어서 인간이 가지고 있는 편향들의 안 좋은 점들이 정말 조화롭게 섞여서 흔들리는 가로등 불빛을 향해 날아가는 한 마리의 하루살이가 된 것은 아닐까? (물론 나는 인생 만삼 백회 차 정도 되는 하루살이임에 틀림없다.) 그런 거 같다.
난 이게 사람들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다. 생각만 했다. 부끄러운 소리지만 내가 필요하고 주변 지인들이 필요한 거 같다고 이야기하면 그런가 보다 했다. 무려 확률과 통계를 다루는 AI 엔지니어 출신인데 대표성 휴리스틱( 어떤 집합에 속하는 개별적 사건 혹은 특징이 그 집합의 특성을 그대로 대표한다고 간주해버리는 것)과 가용성 휴리스틱(의사결정을 내릴 때 모든 정보를 고려하지 않고 자기 눈에 띄는 일부만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에 꼼짝없이 낚여버린 것이다.
내 이야기하는 거 같은 건 기분 탓인가?
그런데 강의를 해주시는 한태규 투자심사역께서는 그냥 사람들이 원하는지가 중요하다는 말만 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진짜 이 솔루션을 원하는지를 어떻게 알아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솔직히 무슨 기똥찬 방법론이 있겠나 그냥 자리에서 박차고 나가서 부딪혀보는 거지.
강사님께서는 해당 아이템(뮤지션과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원하는 사람들을 지역 카페를 통해 연결하는 비즈니스)의 이해관계자가 콘텐츠 소비자, 뮤지션, 카페 이렇게 3그룹이었는데 그 3그룹의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물어보고 이야기 듣고 했다고 한다. 그 수는 자그마치 일반 유저 천명의 설문, 100여 곳의 카페 인터뷰, 200팀의 뮤지션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이 지점에서 나의 실패 요인을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난 엉덩이가 무거웠다. 밖에서 뛰어다니지 않았다. 나의 첫 아이템의 검증을 할 때는 몇 안 되는 페이스북 광고의 도달에서 그중 몇 명 되지 않는 랜딩페이지 접속자 중에 다운로드 버튼을 눌러준 극히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설문을 실시했었다. 엄청나게 부끄러웠다. 그래도 학생 시절 창업동아리 할 때는 설문지 인쇄해서 공원 가서 설문하기도 했었고 HCI(인간 컴퓨터 상호작용) 과목 과제로 카풀 앱 대충 만들어서 버스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한테 가서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었다. 그렇다면 최근에 그렇게 했냐고 물으면 최근에는 그렇지 하지 않았다. 그냥… 모니터 속에 갇혀 지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애처럼 너무 편하게만 사업을 하려고 한 것 같았다.
저는 도를 아십니까가 아닌데요 ㅠㅠ
한태규 투자심사역께서는 창업했을 때 카페 사장님들을 만나려고 하루에 아메리카노만 7잔을 마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지난가을부터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러 카페 수십 곳을 돌아다녔던 기억이 났다. 그때 서울의 거점 7곳을 잡고 이주 동안 이틀에 한 곳씩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어떤 대화를 하는지 뭘 원하는지 무엇을 문제라고 생각하는지를 듣고 다녔다. 나는 커피를 못 마셔서 아메리카노 7잔을 마시진 못했지만 하루에 얼그레이 9잔을 마시거나 에이드 다섯 잔을 마시고 진짜 혈관 속이 끈적해지는 느낌이 들기 도도 했었는데 그래서 그 이야기가 너무나 가슴에 와닿았다. 사실 난 그 과정을 거치면서 그리 많은 것을 얻지는 못했다. 그저 내가 사람에 대해서 이해를 못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그 이후에 인간의 본성과 욕망, 심리와 행동경제학을 공부하는 계기가 되기는 했다.
행동경제학 관심 있다면 이 책 너무 좋습니다
일과 의사 선택의 우선순위
그렇게 시민들, 카페 사장님들, 뮤지션들을 만나면서 누구에게 집중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시민들의 설문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다 보니 카페의 입장을 듣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나도 처음에 이 이야기를 듣고 “결국 시민들이 와줘야 돌아가는 비즈니스 아닌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콘텐츠 수요자는 어느 정도 고정적으로 있었기 때문에 장소와 매출을 만들어줄 카페가 있어야 이 사업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결국 현장에 부딪혀야 되는구나
시실 그 이야기를 듣고 충격이었다. 난 책상 앞에 앉아 뇌피셜로만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었지만 실제 뭐가 중요하고 덜 중요한지는 고객을 만나보고 실제 사업이 돌라가는 것을 몸으로 부딪혀봐야 깨닫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나에게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은 그저 노트 앱에다가 글자 몇 개를 끄적이는 것이었다는 것을 뒤돌아보니 또 한 번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나는 현실과 괴리가 너무나 컸다 사업을 하겠다는 놈이 비즈니스와 고객은 빼놓고 아무도 안 쓸지도 모르는 서비스라고 하기도 뭐한 코드 덩어리를 너무나 오랫동안 붙잡고 있었다. 작년의 기업분석 서비스 알파리스트가 그랬고 지금 개발하고 있는 마이크로스텝이 그러했다. 이걸 누가 원하는지 왜 원하는지 진짜로 원하는지 얼마나 원하는지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는지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 관심 없었다. 그냥 내가 필요하니까 개발하면 누구든 쓰는 사람이야 있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이걸 먼저 하고 이걸 나중에 하고 이게 중요하고 이런 것들은 혼자 책상에 앉아서 정했던 것이다. 그렇게 정한 우선순위는 사실 그리 딱히 중요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우선순위를 잘 파악하려면 내 업의 본질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이해를 해야 한다. 내 비즈니스의 본질은 단순히 아이디어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사업의 본질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단 하나의 가치 그곳에 있었다. 그러한 단 하나의 가치를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고객에 대한 이해 그리고 그 고객의 고통과 문제에 대한 확실한 이해가 필요했다. 결국 첫 번째인 진짜로 원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결정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우선순위라는 것이다.
“제가 지금 노답 상황이라서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지금 제가 하고 싶은 아이템이 있는데 이게 혼자서 하기는 불가능할 것 같아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팀빌딩을 해야 하는 건지 혼자 해야 한다면 이 아이템을 어떻게 하면 혼자 시작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한태규 투자심사역께서 강의를 끝내신 후 따로 이렇게 물어봤다. 그리고 하고 싶은 아이템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고 이 비즈니스가 유통관리와 웹/앱 서비스 개발을 동시에 해야 해서 혼자서는 못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이렇게 반문하셨다.
“이 사업의 본질 그리니까 가장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가요? 서비스를 개발하는 건가요? 그걸 꼭 해야 하는 건가요?”
나는 이 아이템을 가지고 두 달을 고민했기 때문에 바로 답변을 드릴 수 있었다. “아뇨! 이 사업의 핵심은 유통관리고 유저를 모으고 서비스를 하는 건 자체 개발한 서비스를 하지 않고서라도 네이버 카페 같은 걸로도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답변을 해놓고 보니 나는 이미 답을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질문한 거 같은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뭔가 막혔던 것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건 혼자 할 수가 없는 거야라고 단정했던 그래서 미뤄왔던 내 생각이 조각이 해결책이 생기면서 어쩌면 사업의 형태로 진화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 답변을 들은 강사님께서는 그렇게 시작을 하면 될 거라고 하면서 구체적인 부분까지 논의를 해주었다. 특히 내가 네이버 카페를 이야기했을 때, 아이템의 특성상 네이버 카페보다는 네이버 밴드가 더 맞을 수 있다고 하면서 여러 조언들을 해주었다. 좀 울컥한 부분도 있었다. 아직까지 창업을 한다고 하면서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도움을 받은 경험이 손에 꼽을 정도로 몇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내가 해봐서 아는데 안될 거라는 이야기와 조언을 해달랬더니 내 이야기는 들을 생각도 안 하고 본인 이야기만 하는 사람도 있었고 반대로 모두의 연구소 김승일 소장님께서는 따로 시간을 내서 성심성의껏 컨설팅해주셨지만 그걸 듣는 내가 준비가 안되어 있기도 했었다(그래서 참… 죄송하고 아쉬운 마음이 있다). 뭐 예전에 실리콘벨리 연수 가서 발표했을 때 들었던 “니 기술은 올드하고 무슨 말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보단 상냥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인텔 박물관에 있는 문장인데 역사에 얽매이지 말고 뭐라도 좀 하라고 한다.
그렇게 막혀있던 퍼즐 조각 하나가 풀리면서 사업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방향이 잡혀갔다. 나의 솔루션을 사람들이 진짜로 원하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방법들과 수요검증 후에 사업이 동작하는지 확인하는 방법에 대한 순서와 방법들이 잡혀가고 있다. 오로지 고객 중심으로 1차적으로 우선순위를 잡고 인터뷰를 하면서 구체적인 우선순위와 꼭 해야 하는 일만 우선적으로 수행하기로 했다. 사실 스타트업을 하는 우리는 시간도 부족하고 돈도 부족하고 나 같은 경우는 인력조차 부족하기 때문에 전에 이야기했듯이 더더욱 우선순위를 정해서 내가 해야 할 일만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만의 무기가 있는가
내 사업이 동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다. 누군가가 내 사업이 동작하는 모습을 보고 본인이 바로 따라서 해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강사님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고 했다. 본인들이 만들어놓은 비즈니스 모델을 다른 지역에서 누군가 똑같이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역은 달랐지만 시장에서 영향력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 있는 위기였다.
그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법은 어떤 편법이나 스킬이 아니라 정공법이었다. 본인들이 그 어떤 팀도 안 가지고 있는 본인들만의 경쟁우위요소 즉 본인들이 가장 잘하는 그리고 돈을 들이지 않고 본인들을 갈아 넣어서 할 수 있는 것, 자신만의 무기를 찾았고 그것은 바로 뮤지션들과 공연에 스토리를 입히는 것이었다.
포스터를 500개를 만들었다고 한다 진짜 존경스럽다
상당히 인상적인 이야기다. 하지만… 이러한 이야기를 나에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머리가 아파왔다. 내가 경쟁상태를 마주했을 때 나만 할 수 있는 나만의 무기는 뭐지? 누군가 나의 비즈니스를 따라 했을 때 고객은 왜 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걸까? 그리고 나를 따라한 쪽에서 어떻게 하더라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흔히 이것을 경쟁우위요소라고 부른다. 이것은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업의 본질과도 맞닿아있는 것이다.
현재 구상하고 있는 내 사업 아이템의 업의 구성요소를 쪼개서 분석해보기 시작했다. 그 구성요소 중 내가 어떤 것에 집중해야 하는지를 확인하게 되었다. 앞서 우선순위를 왜 말한 건지 알게 되었다. 내가 어떤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냐에 따라서 업의 본질과 함께 나만의 무기로 인지하는 것이 확연히 달라졌다. 맥도널드의 업의 본질을 음식점으로 인지했다면 맥도널드만의 무기는 오로지 맛과 서비스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비슷한 맛과 서비스 수준의 버거 집들이 계속 생겨났다면 지금의 맥도널드 신화는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맥도널드는 업의 본질을 부동산이라고 생각했고 맥도널드만의 무기는 기가 막힌 부동산 입지를 선정하는 것이었다.
내 업의 구성요소는
1. 유통 관리(입고, 출고, 재고, 품질)
2. 웹/앱 플랫폼 개발 및 운영
3. 비용/효율 최적화 R&D
3. 고객 확보 및 관리
4. 브랜딩
등등이 었었다.
하나씩 봤을 때, 유통 관리는 내가 지금 초기 단계에 있기 때문에 유통 관리로 비교우위를 가질 수는 없었다. 자체 유통망을 가진 것도 아니고 물류센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둘을 가진 슈퍼플레이어가 들어오면 끝나버리는 요소였다.
웹/앱 플랫폼 개발 및 운영은 이 업의 본질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했듯이 플랫폼 개발 전까지는 네이버 카페나 밴드나 페이스북 그룹 같은 기존의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해서 비즈니스를 동작시킬 수 있었다. 그러므로 뭐 엄청나게 이쁘고 빠르게 잘 돌아가는 웹/앱 플랫폼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을 비교우위로 삼아봤자 지금 단계에서는 엉뚱한 짓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거는 휴먼파워게임이기 때문에 더 좋은 개발자 더 좋은 디자이너 더 좋은 PM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가 이기는 게임이었다.
마찬가지로 R&D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했다. 데이터도 확보된 것이 없었고 R&D 자금이나 인력도 없다. 다만 이것은 사업이 동작한 이후에 어느 서비스에서도 얻을 수 없는 데이터를 조금씩 확보해서 장기적으로는 충분히 비교우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초기 고객 확보 및 관리와 브랜딩은 연결되는 부분이라 같이 생각하게 되었는데 초기에 고객을 확보하고 브랜딩을 하기 위해서는 자체 구성된 커뮤니티가 필요하고 특히나 네이버 카페, 밴드, 페이스북 그룹 등을 플랫폼으로 사용한다면 더더욱 자체 유저 커뮤니티는 중요하다. 이 지점이다 싶었다. 나는 현재 회원수 4만 명가량의 개발자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그 밖에 여러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연결시켰다.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하고 커뮤니티 회원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 전문가라고 자부할 수도 있다. 이건 그 어떤 경쟁자도 따라오기 힘든 영역이다. 한번 잘 만들어진 커뮤니티는 참으로 끈끈하고 단단하다. 그렇기에 이 커뮤니티를 경쟁자가 공략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이것이 나만이 할 수 있는 나의 무기였다.
그것은 돈이 되는가
사실 내가 이런 짓거리들을 하고 있는 이유가 결국에는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다. 결국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면 사업이라고 볼 수도 없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돈이 되지 않는 것들을 하려고 하는 걸 볼 수가 있다. 대표적인 게 나의 케이스인데 이때까지 혼자서 뚝딱뚝딱 해왔던 걸 보면 그다지 수익모델이 확실하지 않은 것들이었다. free/mium 모델을 주로 해서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이 기능을 쓰려면 결제를 해야 된다고 말했는데 친구가 그걸 보고 그거 결제하면 호갱 아니냐고 하는 거 보고 이건 동작하지 않는 수익모델일 수 있겠다 싶어서 그냥 해당 기능을 무료로 바꾸기도 했다. 아니 모든 기능을 무료로 풀어버리면 나는 도대체 뭘로 돈을 벌까 멘붕이 오기도 했다. 뭐 저기 어디는 의도적 적자니 유저수만 늘리면 결국 돈이 된다니 하기도 하는데 그분들은 여유가 있으신 분들이고 나는 돈을 바로 벌어야 하는 사람이기에 돈이 되는 것만 해야 했는데 공교롭게도 돈이 안 되는 것들만 하고 있었다. 심지어는 돈이 안 되는 것들은 정말 잘 된다! 정말 미칠 지경이다. 돈이 될만한 것들은 죽을 쑤고 있는데 말이다.
강사님도 처음에 사업이 동작할 때 마주했던 문제가 이러한 수익성에 대한 것이었다. 카페 사장님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얼마를 낼 수 있냐고 했더니 뮤지션 공연당 30만 원 정도를 낼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30만 원이면 뮤지션 반 주고 가져올 수 있는 수익이 15만 원인데 물리적으로 열 수 있는 공연의 수도 제한되는 상황에서 도저히 15만 원씩 가져와서는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에서 말했던 자신만의 무기를 사용해서 공연과 뮤지션에 스토리를 입히고 퀄리티 자체를 높여서 30만 원에서 50만 원 80만 원 이렇게 단가를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거기에 영향력이 커지다 보니까 뮤지션에게 주는 커미션의 비율을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원래는 8:2로 뮤지션이 8이었는데 5:5 나중에는 2:8까지 갔다고 한다. 그 이후에 이렇게 쌓은 노하우로 B2B까지 사업의 영역을 확장해서 기업의 사내 문화콘텐츠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넓혀나갔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율이 왔던 부분은 가장 처음 말한 원하는가에서 시작해서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자신만의 무기를 통해서 퀄리티를 높였더니 수익까지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별개의 것들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연결된 필수 불가결한 개념들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내 비즈니스에서 어떻게 수익을 만들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생각하고 있는 아이템의 현재 수익구조는 월 구독 모델인데 이걸로는 매출과 비용이 거의 비슷하거나 비용이 더 커서 적자가 날 수도 있겠다 싶다. 이거를 개선하는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나의 비교우위와 관련해서 좀 더 고민하고 고객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알아내야겠다 싶었다.
수익을 위해서는 마켓 사이즈도 고려를 해야 하는데 처음에 창업을 하면 마켓 사이즈를 너무 넓게 본다고 한다. 그 마켓을 쪼개고 쪼개고 쪼개서 내가 깃발 꽂을 수 있는 곳까지 내려가야 직접적인 마켓 사이즈가 나온다고 하는데 이게 수천억 규모는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초분광기술로 식품에 이물질을 걸러내는 술루션을 판매하는 기업이 있는데 대충 생각하면 이 기업의 마켓 사이즈는 국내 식품회사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우유 같은 액체 형태의 식품을 생산하는 회사는 이물질은 그냥 체로 걸러내는 게 제일 싸다고 한다. 즉 타깃 시장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그 기업은 타깃 사장을 초분광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식품 라인으로 좁혔다. 그리고 식품 이물질로 인해서 브랜드 타격을 많이 받을 수 있고 그것에 신경 쓰는 기업들로 더 좁히는 것이다. 그런데 나같이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검증을 위한 인터뷰와 설문을 하기 전까지는 고객 정의도 어렵기 때문에 아직까지 마켓 사이즈를 생각할 수는 없고 어떻게 설문과 인터뷰를 해야 고객을 잘 정의하고 검증할 수 있는지나 고민해야겠다.
결국 성과를 내야 그 성과를 통해서 살아남은 자들이 기업의 문화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강사님께서는 지금은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지금은 그냥 프로젝트 조직 정도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성과와 수익이 나오고 문화가 만들어질 때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익과 비용구조를 정확히 이해하고 적절한 솔루션으로 사업을 고도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투자자와 나눌 수 있는 만큼의 수익이 될 수 있는지까지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